레드 제플린의 새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밴드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가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전, 그들에게 어떤 시험을 거치게 했는지 공개했다.
레드 제플린의 탄생을 기록한 최초의 공식 다큐멘터리
이번 다큐멘터리 Becoming Led Zeppelin은 레드 제플린이 공식적으로 승인한 최초의 영화로, 밴드의 결성과 빠른 성공 과정을 조명한다. 1968년 데뷔 투어를 마친 지 2년 만에 세계적인 록 밴드로 자리 잡은 과정을 담아냈다.
현재 이 영화는 영국 IMAX에서 상영 중이며, 2월 8일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일반 상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지미 페이지와의 첫 만남, 그리고 예상치 못한 테스트
영화를 연출한 영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버나드 맥마혼(Bernard MacMahon)은 The 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밴드의 창립 멤버이자 기타리스트인 지미 페이지와 처음 만난 순간을 회상했다.
맥마혼은 2017년 런던의 한 호텔에서 페이지를 처음 만났는데, 그는 Waitrose 쇼핑백을 들고 등장했다. “샌드위치를 사 온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범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맥마혼은 가죽으로 장식된 스토리보드 책을 꺼내 영화의 기획 방향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페이지는 먼저 그가 로버트 플랜트를 만나기 전 어느 밴드에 있었는지 알고 있는지 시험했다.
맥마혼이 “홉스트위들(Hobbstweedle)”이라고 답하자, 페이지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아주 좋아. 계속해.”라고 말했다.
몇 시간 후, 페이지가 들고 온 Waitrose 쇼핑백 안에는 1960년대에 작성된 그의 오랜 일기들이 있었다. 그는 맥마혼에게 프로젝트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밴드 멤버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팽본을 거절했다면 이 영화는 없었을 것”
이후 페이지는 맥마혼과 그의 파트너 앨리슨 맥거티(Allison McGourtey)에게 잉글랜드 팽본(Pangbourne) 마을로 오라고 초대했다. 페이지가 소유했던 강가의 오두막이 있는 곳으로, 레드 제플린의 첫 앨범 리허설이 진행된 장소였다.
맥마혼과 맥거티가 이 초대를 거절했다면 영화 제작 자체가 무산될 뻔했다. “그건 테스트였어요.” 맥거티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그리고 페이지의 말을 덧붙였다. “만약 팽본에 오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거야.”
레드 제플린, 50년 전 ‘Physical Graffiti’로 역사 쓰다
이번 달은 레드 제플린의 여섯 번째 정규 앨범 Physical Graffiti가 발매된 지 50주년이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 앨범은 레드 제플린이 새롭게 설립한 레이블 Swan Song Records에서 발표한 첫 번째 작품이었다.
앨범은 발매 즉시 영국 앨범 차트 1위, 미국 차트 3위를 기록하며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이를 기념해 레드 제플린은 미국 투어를 진행했고, 런던 Earl’s Court에서 5일간 공연을 열어 약 8만 5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지미 페이지는 이 앨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 밴드들이 더블 앨범을 내왔지만, 나는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더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감성적인 기타 연주곡부터 ‘In the Light’ 같은 묵직한 사운드, 그리고 ‘In My Time of Dying’ 같은 강렬한 곡까지, 모든 트랙이 각자의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레드 제플린의 유산, 그리고 음악적 영향력
레드 제플린의 음악은 수많은 후배 아티스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페이지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어떤 밴드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어떤 밴드는 정말 멋진 음악을 만들기도 하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에요. 그리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레드 제플린의 음악이 세상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입니다.”